진시황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 – 중국 최초 황제의 길을 걷다
한 나라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시작점을 마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시작에는 '천하를 통일한 최초의 황제', 진시황(秦始皇)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진시황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가 어떻게 제국을 건설하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살펴보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1. 시안(西安): 진시황과 병마용의 도시
중국 서부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은 진시황의 중심 도시이자, 중국 고대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strong역사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시안 여행의 핵심은 단연 병마용(兵馬俑)입니다. 진시황의 무덤을 수호하기 위해 제작된 수천 개의 병사, 말, 마차 조각상은 그 정교함과 스케일에서 압도적인 인상을 줍니다.
- 병마용 박물관: 총 3개의 메인 피트(Pit)로 구성되며, 실제 발굴 현장을 유리창 너머로 관람 가능
- 운영시간: 매일 08:30~17:00 / 관람 시간 약 2~3시간 소요
- 입장료: 성수기 기준 약 120위안 (한화 약 2만 3천 원)
- 관람 팁: 평일 오전 일찍 방문 시 한산하며, 가이드 투어나 오디오 설명 필수
2. 린퉁(臨潼): 진시황릉의 본체, 미스터리의 공간
병마용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진시황릉 본체가 있습니다. 이는 산 아래 거대한 봉토(封土) 형태로 조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도 안전성 문제로 전면 발굴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무덤 내부에는 수은이 강물처럼 흐른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로 인해 내부 대기 중 수은 농도가 높아 발굴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시황의 사후세계에 대한 집착, ‘불로불사’의 야망이 무덤의 설계 방식과 규모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이 무덤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함양(咸陽): 진나라의 수도, 통일 제국의 행정 중심
진시황의 중앙정치가 꽃피운 곳이 바로 함양입니다. 오늘날에는 시안의 외곽 도시지만, 당시에는 도로망, 관리 제도, 병력 운영 등 국가 통치의 모든 시작점이었습니다.
함양 역사 박물관은 진나라 당시의 정권 운영 방식, 법령, 통신 수단, 도량형 기구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중국식 중앙집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실감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통편: 시안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 박물관 관람시간: 09:00~16:30 (월요일 휴관)
- 주요 유물: 통일 문자 ‘소전(小篆)’의 실제 비석, 동전 반량화, 청동 무기
이곳에서는 진시황이 국경 너머를 통일하는 동시에, 행정 제도와 문화까지 하나의 틀로 통일시키려 했던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깊이 있게 볼 수 있습니다.
4. 만리장성: 진시황의 야망이 시작된 곳
중국의 상징 중 하나인 만리장성은 대부분 명나라 시대에 완성된 것이지만, 그 기초는 바로 진시황이 닦았습니다. 북방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여러 지방의 방어벽을 하나로 잇고, 군사를 배치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진시황 시기의 만리장성 일부는 현재 간쑤성, 허베이성 등지에서 탐방할 수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보호 구간입니다.
장성 탐방 팁:
- 허베이성 양산구간: 도보 코스 중 가장 원형 보존이 잘 되어 있음
- 진장(秦長城) 구간: 역사적 가치가 높지만 접근성은 다소 떨어짐
- 일부 구간은 등산 장비 필요, 여름철은 피하는 것이 좋음
5. 진시황이 남긴 유산과 오늘날의 의미
진시황은 단순한 폭군이 아닙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개혁을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의 형식”을 만든 인물입니다.
- 문자 통일: 지역별로 다르던 글자를 ‘소전(小篆)’으로 통일하여 문화적 정체성 확립
- 도량형 통일: 상업과 세금, 행정을 통일된 기준 아래 운영
- 도로와 운하 정비: 전국을 연결하는 중심도로 건설 (오도: 五道)
- 화폐 단일화: '반량화(半兩貨)'라는 화폐로 상거래 표준화
이러한 조치는 이후 한나라, 당나라, 명청을 거쳐 현대 중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국가 운영의 기본 모형으로 작용했습니다.
여행 이상의 가치: 진시황을 따라간다는 것
진시황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은 단순한 유적 관람이 아닙니다. 이는 통일, 권력, 문화 통합, 국가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직접 체험하는 일입니다.
진시황이 남긴 병마용, 무덤, 법률, 도량형은 물리적인 유산인 동시에 제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크로드를 따라 떠나는 한나라 무제의 문화 교류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고대 중국이 어떻게 세계로 뻗어나갔는지를 함께 추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