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단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닙니다. 어떤 도시는 수천 년 동안 전쟁과 지진, 재해와 번영을 견디며 시간 그 자체를 품은 생명체처럼 살아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온,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5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행자가 아닌, 시간의 방문자가 되어 이 도시들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1. 다마스쿠스 (시리아) – 문명의 교차로 위에 선 도시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Damascus)는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엔과 다양한 고고학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 거주 도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람인, 로마인, 아랍인, 오스만 투르크 등 수많은 문명이 지나간 역사적 중심지이며, 이슬람 건축과 비잔틴 건축이 혼재된 올드타운(Old City)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마이야 모스크, 바브 투마 거리, 고대 수로와 시장(수크)은 여행자들에게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줍니다.
※ 현재는 시리아 내전과 치안 상황으로 인해 자유로운 여행은 어렵지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 예리코 (팔레스타인) – 땅 아래 23개의 도시가 잠든 곳
예리코(Jericho)는 기원전 9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곳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도시가 파괴되고 다시 그 위에 지어진 흔적이 지층처럼 23겹의 도시 구조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이를 “도시의 나이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리코는 구약성서와 연결된 도시이기도 하며, “예리코의 성벽이 나팔 소리에 무너졌다”는 신화적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현재도 도심에는 2만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고대 유적지와 현대 생활이 공존하는 매우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 또는 요르단을 통해 입국 가능하며, 현지 투어를 통해 고고학 유적과 유대교, 이슬람 전승을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3. 아르빌 (이라크) – 메소포타미아의 중심, 요새 속의 도시
아르빌(Erbil)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중심 도시로, 기원전 2300년 경부터 사람이 살아온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가장 특징적인 지형은 거대한 원형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요새입니다. 이 언덕은 실제로 고대 도시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지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르빌은 수메르,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제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오늘날에도 요새 내부에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살아 있는 고대 도시’입니다.
최근 이라크 북부의 치안이 안정되면서 국제 여행객들도 점차 방문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4. 플로브디프 (불가리아)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진 플로브디프(Plovdiv)는 기원전 6000년경부터 거주 흔적이 존재하며, 트라키아인, 로마인, 비잔틴인, 오스만 투르크의 흔적이 도시 전체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고대 로마 원형극장, 오래된 도시 언덕(Old Town), 불가리아 전통가옥 거리 등은 유럽 고도(古都)답게 깊은 역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입니다.
지금도 약 35만 명 이상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불가리아의 문화 중심지로 활발하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 소피아에서 기차나 버스로 2~3시간 거리로, 유럽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5. 바라나시 (인도) – 시간보다 오래된 종교의 도시
바라나시(Varanasi)는 인도 북부 갠지스강 옆에 위치한 도시로,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원전 1200년경부터 존재했던 이 도시는 힌두교의 창시자 중 하나인 시바 신의 도시로 불리며, 사람이 이곳에서 죽으면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신앙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강변에서는 푸자 의식이 거행되며, 화장터와 명상 장소, 종교 학교가 강변 따라 어우러져 있는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십만 명의 시민이 이곳에 거주하며,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고 있습니다.
※ 인도 델리 또는 바라나시 공항에서 진입할 수 있으며, 강가 보트를 타고 바라보는 새벽 푸자 의식은 여행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됩니다.
맺음말 – 오래된 도시에는 시간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다섯 도시는 단순히 오래된 유적지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역사, 종교, 전쟁, 삶, 그리고 죽음까지 인류의 모든 경험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도시에서 태어나고, 사랑하고, 떠나고 있으며 그것이 수천 년 동안 반복되어 왔습니다.
‘오래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지금의 시간보다 훨씬 더 깊은 문명의 호흡을 직접 느끼는 일입니다.
언젠가 이 도시들을 직접 여행하게 된다면, 그저 과거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가장 오래된 도시는, 지금도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