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인도네시아 대표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무려 1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섬나라로, 발리 외에도 수많은 아름다운 지역이 존재합니다. 아직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지만, 유럽이나 호주, 로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 난 숨은 명소들이 있죠. 이번 글에서는 발리보다 더 조용하고, 현지 문화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인도네시아의 진짜 보물 같은 3곳을 소개합니다. 여행객이 몰리는 붐비는 관광지보다는, 진짜 현지의 감성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드려요.
롬복 – 발리보다 한적하고 깊이 있는 섬 여행
롬복(Lombok)은 발리의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광객이 덜 몰려 더욱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제2의 발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발전된 관광 인프라가 있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상업화되어 진짜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롬복 여행의 핵심은 단연 길리(Gili) 3형제 섬입니다. 기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기리 메노(Gili Meno), 기리 아이르(Gili Air)로 구성된 이 작은 섬들은 모두 롬복에서 보트로 15~30분이면 갈 수 있고, 각각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하루에 1곳씩 둘러보는 ‘길리 hopping 투어’도 인기입니다.
- 기리 트라왕안: 서핑과 다이빙, 바다거북과의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액티브한 섬
- 기리 메노: 신혼부부와 힐링 여행자에게 인기 많은 조용한 섬
- 기리 아이르: 롬복 전통 마을과 해변 감성이 어우러진 밸런스 좋은 섬
롬복에서는 식도락도 중요합니다.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Warung Paradiso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그릴 생선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로컬 식당으로, 노을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뷰 맛집’입니다. 테이블과 의자가 모래 위에 바로 놓여 있어 맨발로 식사를 즐기는 경험도 특별하죠.
좀 더 캐주얼한 무드에서 칵테일 한잔을 곁들이고 싶다면 La Chill Bar가 인기입니다. 라탄 소파, 쿠션, 비치 우산이 어우러진 인테리어에서 힙한 음악을 배경으로 즐기는 감성 디너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롬복은 또한 린자니 화산(Mount Rinjani)이라는 거대한 화산이 있어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롬복에서의 하루는 바다에서 시작해 산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는 다채로운 여행지입니다.
플로레스 – 코모도 드래곤과 에메랄드 바다의 신비
플로레스(Flores)는 인도네시아 동부 누사텡가라(Nusa Tenggara Timur)에 위치한 섬으로, 그 이름은 ‘꽃’을 뜻하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섬입니다. 이곳은 특히 코모도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코모도 드래곤이 서식하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라부안 바조(Labuan Bajo)는 플로레스 서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이 지역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보트를 통해 코모도 섬, 패다르 섬(Padar Island), 핑크 비치(Pink Beach) 등 인근의 절경 섬들을 하루 또는 2~3일 코스로 탐험할 수 있습니다.
- 코모도 섬: 코모도 드래곤과의 조우. 투어 가이드 동반 필수
- 패다르 섬: 드론샷 필수, 인도네시아 여행 사진 명소
- 핑크 비치: 실제로 모래가 분홍빛을 띠는 신비한 해변
플로레스는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스노클링으로 거북이, 만타레이, 형형색색의 산호를 감상할 수 있고,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합니다.
라부안 바조의 대표 맛집은 Happy Banana Komodo입니다. 채식주의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식 보울, 생선구이, 유기농 재료로 만든 디저트까지 구성이 다양하며, 실내외 모두 포토존 느낌의 인테리어가 여행 피드에 잘 어울립니다.
조금 더 로컬 분위기를 원한다면 Treetop Restaurant에서 바다 전망을 바라보며, 그릴드 피쉬와 코코넛 라이스, 로컬 소스가 어우러진 진짜 플로레스 풍미를 경험해보세요.
플로레스의 또 다른 특별한 체험은 Wae Rebo Village에서의 1박 체험입니다. 전통 원뿔형 지붕을 지닌 원주민 마을에서 숙박하며, 고지대 커피와 문화공연, 로컬 식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반둥 – 감성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인도네시아의 브루클린
반둥(Bandung)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자카르타에서 기차로 약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때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고위층의 휴양지였던 이곳은 지금은 패션, 디자인, 카페 문화, 젊은 아티스트들의 도시로 진화해 ‘인도네시아의 브루클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반둥의 자연 명소로는 카와 푸티(Kawah Putih)가 가장 유명합니다. 분화구 호수가 석회질로 인해 에메랄드빛을 띠며, 수증기와 함께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죠. 사진작가나 SNS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찾는 곳이며, 이른 아침 구름 낀 모습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카페와 디자인샵이 즐비합니다. 그중 Lereng Anteng Panoramic Coffee는 산속 테라스형 카페로, 커피 한 잔과 함께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뷰가 압권입니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디저트류)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로컬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Dapur Dahapati가 필수입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소꼬리 수프(Sop Buntut)는 부드럽고 깊은 맛으로 유명하며, 현지인들도 가족 식사나 손님 접대용으로 자주 찾는 곳입니다.
또한 반둥은 길거리 푸드도 잘 되어 있어, 도심 곳곳에서 고로겡(튀김), 사테(꼬치구이), 템페(발효콩튀김) 등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야시장에서는 악세서리와 함께 먹거리 쇼핑도 가능해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 여행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끝은 아닙니다. 롬복의 자연과 여유로움, 플로레스의 신비로운 생태와 문화 체험, 반둥의 세련된 감성과 힙한 맛집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행지로,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펼쳐집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바다를 보며 머물고 싶을 때는 롬복이, 색다른 자연과 모험을 원할 땐 플로레스가, 도시 속 감성 충전을 원할 땐 반둥이 정답입니다.
발리만 바라보던 시선을 이제 넓혀보세요. 인도네시아는 아직 우리에게 다 보여주지 않은 보석 같은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