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문화, 자연, 음식이 고루 어우러진 여행지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쿠알라룸푸르, 페낭, 말라카, 랑카위 등 서부와 북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편입니다. 반면, 동부 해안 지역은 아직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더욱 순수하고 매력적인 현지 감성이 살아 있는 여행지를 제공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은 투명한 바다, 고요한 시골 풍경, 전통 이슬람 문화, 그리고 숨겨진 맛집이 풍부해 ‘진짜 말레이시아’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트렝가누(Terengganu), 쿠알라두왕가(Kuala Dungun), 메르싱(Mersing) 등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마을’로 꼽히는 여행지와 그 지역의 로컬 맛집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트렝가누(Terengganu) – 전통과 바다가 어우러진 예술 도시
트렝가누 주는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문화가 보존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수도 쿠알라트렝가누(Kuala Terengganu)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도시로, 무슬림 비율이 높은 만큼 이슬람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목조 말레이 전통 가옥, 하얀 돔의 이슬람 사원, 현지 시장이 조화롭게 공존해 있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트렝가누에서 꼭 가봐야 할 대표 명소는 단연 크리스탈 모스크(Masjid Kristal)입니다. 유리와 금속으로 지어진 이슬람 사원으로, 강 위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와 황혼 무렵 반사되는 빛이 절경을 자아냅니다. 그 외에도 수상 마을(Pulau Duyong)은 수공예 보트 장인들의 거주지로, 오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트렝가누는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특히 Warung Pok Nong은 아침마다 나시 다강(Nasi Dagang)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인기 로컬 맛집입니다. 이 음식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밥에 향신료가 깊게 밴 참치 카레를 곁들인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의 전통 식사로, 커리의 향과 부드러운 쌀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시장 구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Central Market (Pasar Payang)은 손수 만든 바틱 천, 전통 쿠키, 건어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통 시장으로, 말레이시아의 진짜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쿠알라두왕가(Kuala Dungun) – 해변의 정적을 간직한 작은 어촌
쿠알라두왕가는 트렝가누 주 남부에 위치한 조용한 해안 도시입니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진 덕분에 자연과 사람, 마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순수한 해변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적합합니다. 이곳은 말레이시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조용한 힐링 마을’로 입소문이 났지만, 외국인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바로 란타우 아방 비치(Rantau Abang Beach)입니다. 이곳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거북 산란지로 알려졌고, 지금도 그 흔적을 따라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나 해변 보호 캠페인이 자주 열립니다. 거북이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마주하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바다 외에도 Bukit Bauk Forest Reserve에서는 짧은 트레킹이나 MTB 라이딩, 캠핑 등이 가능해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현지인들도 주말이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현지 맛집은 Restoran D’Rimba입니다. 트렝가누 특유의 향신료와 함께 조리한 해산물 요리를 주로 제공하며, 나시 골렝 파타야(계란으로 감싼 볶음밥), 이칸 바카르(숯불 생선구이), 새우와 조개 볶음 요리 등이 인기 메뉴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해변과 가까워 식사 후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쿠알라두왕가의 작은 숙소나 홈스테이를 예약해 보세요. 창밖으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합니다.
메르싱(Mersing) – 바닷가 감성 가득한 섬 여행의 관문
메르싱(Mersing)은 조호르 주 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티오만 섬(Tioman Island)과 같은 아름다운 섬들로 향하는 보트가 출발하는 ‘관문 도시’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도시 자체가 가진 매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말레이 현지인들은 이곳을 ‘숨겨진 바닷가 피크닉 명소’로 즐겨 찾으며, 외국인보다 내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습니다.
Air Papan Beach는 메르싱을 대표하는 해변입니다. 수평선이 탁 트인 바다와 산이 배경을 이뤄 자연 그대로의 절경을 자랑합니다. 해변에서는 주말마다 지역 주민들이 피크닉을 즐기며, 가끔은 지역 음악 공연도 펼쳐지는 등 말레이 문화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메르싱의 로컬 맛집 중 하나는 Loke Tien Yuen입니다. 화교계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블랙페퍼 크랩, 칠리 새우, 생선 찜 등 푸짐한 해산물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말레이풍 해산물 요리와 중국식 조리법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형태입니다. 깔끔한 실내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 손님에게도 적합합니다.
또 하나의 명소는 Nasi Dagang Atas Tol Mersing이라는 소박한 식당입니다. 간판 없이 현지인들 사이에만 알려진 이곳은 순수 말레이 전통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아침 시간에는 식당 앞에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입니다.
메르싱은 또한 바닷가 근처에서 진행되는 야시장(Pasar Malam)도 유명합니다. 이곳에서 튀긴 두리안 간식, 사테, 다양한 말레이 전통 디저트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저녁 노을 속에서 먹는 꼬치 하나에도 말레이시아 여행의 정취가 담겨 있습니다.
결론: 관광지가 아닌 '삶이 있는 여행지'를 원한다면
말레이시아의 동부 해안은 상업적이지도, 복잡하지도 않지만 그 안에 말레이 문화의 본질, 자연의 여유, 사람들의 진심이 살아 숨 쉬는 지역입니다. 트렝가누에서 전통과 신앙을 느끼고, 쿠알라두왕가에서 자연과 단절의 여유를 맛보며, 메르싱에서 바닷가 소도시 특유의 정서를 체험해 보세요.
당신이 몰랐던 말레이시아가, 이 조용한 해안 마을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광지를 넘어 ‘살아 있는 말레이시아’를 만나는 여행, 지금 동부 해안에서 시작해보세요.